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먼저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성인 발달장애인 독서 프로그램은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문제에 답하는 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림을 살피고, 이야기의 순서를 찾고, 마음에 남은 장면을 고르고, 자기 경험을 말·그림·표시로 표현하는 일도 독서 참여가 될 수 있다.
다만 목표를 넓힌다는 이유로 읽기 학습의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인도 적절한 지원과 연습을 통해 읽기를 계속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프로그램이 짧은 기간에 읽기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약속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시간과 활동에 맞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발달장애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발달장애인 문해력 교육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 등을 포괄하는 넓은 범주의 표현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읽기 중재와 글 없는 그림책 연구는 주로 지적장애인을 다루므로, 모든 자폐성장애인에게 같은 접근이 적합하다고 일반화하지 않는다.
핵심 요약
- 성인 지적장애인의 읽기 중재 연구는 아직 부족하며, 효과가 확립된 하나의 표준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 그렇다고 성인의 읽기 학습 가능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목표와 지원 강도를 프로그램 여건에 맞게 정해야 한다.
- 글 없는 그림책과 공동 읽기는 문자 해독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이해와 대화에 참여할 통로를 열 수 있다.
- 그림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이해가 자동 보장되지는 않는다. 독자의 경험, 선호와 그림의 의미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 짧은 독서 프로그램은 읽기 점수 외에도 참여, 선택, 표현, 상호작용과 결과물 완성을 기록할 수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독서 프로그램의 목표는 하나가 아니다
‘독서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같은 책을 읽고 줄거리를 확인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독서 활동의 목표는 참여자와 프로그램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글자와 낱말을 익히는 읽기 학습
- 그림과 문장을 함께 보며 내용을 이해하는 활동
-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공동 읽기
- 이야기에서 자기 경험을 떠올리고 표현하는 활동
- 도서관과 지역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경험
이 목표들을 모두 한 번에 달성하려 하면 무엇이 실제 성과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60분짜리 단회 프로그램에서 초기 읽기 기술의 향상을 약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반면 참여자가 한 장면을 고르고, 그 이유를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고, 자기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을 완성하는 일은 그 시간 안에서 관찰할 수 있다.
성인의 읽기 학습 가능성을 닫아서는 안 된다
성인 지적장애인의 초기 읽기 기술을 다룬 연구는 많지 않다. READ-IT 연구는 온라인 읽기 프로그램을 가족이나 지원인력이 보조하는 방식으로 지역사회 성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살핀 실행 가능성 무작위 연구다. 연구에는 성인 36명이 참여했다. 모집·유지·무작위 배정 기준은 충족했지만 중재 참여와 충실도가 낮았고, 지원서비스의 압박이 주요 장벽으로 확인돼 대규모 효과성 시험으로 진행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았다.1
이 결과는 “성인은 읽기를 배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도 성인 지적장애인이 읽기를 계속 배울 가능성과 앞선 소규모 연구를 설명한다.1 다만 프로그램의 효과를 말하려면 자료 자체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 반복 연습, 지원인력의 역할과 실제 운영 여건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장기 읽기 중재와 단기 독서 활동을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낱말 인식, 해독, 유창성과 이해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후자는 책을 매개로 참여하고 선택하며 표현하는 경험을 우선 목표로 둘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평가가 서로 다른 것이다.
글 없는 그림책도 공동 읽기의 매체가 될 수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은 문자 해독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참여자는 그림 속 사람과 상황을 살피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서를 만들고, 표정과 행동의 의미를 자기 말이나 다른 표현 방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Hollins, Egerton과 Carpenter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인을 위한 글 없는 그림책 북클럽의 사회적·이론적 근거와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2 이 논문은 그림을 더 쉽게 이해하는 독자에게 시각적 이야기가 공동 읽기의 통로가 될 수 있고, 공공도서관 같은 지역사회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는 활동의 의미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논문은 공동 북클럽의 실행 가능성과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당시 발표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분명히 밝힌다.2 따라서 글 없는 그림책이 웰빙이나 지역사회 참여를 높인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보다, 문자 중심 독서에서 배제되기 쉬운 사람에게 참여 경로를 열 수 있는 실천 가능성으로 다루는 편이 정확하다.
그림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이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림이 있으면 모든 정보가 자동으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Easy Read 연구를 검토한 Sutherland와 Isherwood는 연구 방법이 서로 달라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려웠고, 글에 그림을 더했을 때 이해에 미치는 결과도 혼재했다고 보고했다.3 추상적인 기호는 익숙함이 필요하고, 사진과 삽화도 뜻을 분명히 설명하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 있었다.
이 근거는 그림을 빼야 한다는 뜻도, 특정한 그림 양식이 항상 좋다는 뜻도 아니다. 실제 독자와 함께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 그림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가?
- 그림과 말 또는 글이 같은 내용을 가리키는가?
- 문화와 생활 경험에 맞지 않는 상징은 없는가?
- 그림을 본 뒤 참여자가 자기 방식으로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가?
독서 프로그램에서도 진행자가 정답을 먼저 설명하기보다 참여자가 무엇을 보았는지 기다리고, 말하기·가리키기·표정·그림·글 가운데 가능한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다.
쉬운 자료와 성인을 존중하는 자료는 함께 갈 수 있다
문장이 짧고 단계가 분명하다고 어린이용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 참여자에게는 성인의 관심과 역할이 담긴 주제, 동등한 말투와 실제 선택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돈, 이동, 친구 관계, 건강 정보, 취미, 반려동물, 지역 행사와 가족의 기억은 성인의 삶에서 출발할 수 있는 소재다. 참여자가 관심 없는 주제를 ‘발달장애인에게 쉬울 것’이라고 대신 정하지 않고, 여러 책과 장면 가운데 고르게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법 제26조는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 기회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시행령 제12조는 개인의 특성, 자기결정과 자립생활 역량, 의사소통과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제시한다.4 이 법적 근거가 특정 독서 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인기의 배움과 참여를 개인의 특성에 맞게 지원해야 한다는 공적 기반은 제공한다.
짧은 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성과로 기록할까
단기 프로그램에서 읽기 능력의 향상을 측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찰한 일을 과장하지 않고 기록해야 한다.
- 시작할 책이나 장면을 스스로 골랐는가?
- 그림이나 이야기를 일정 시간 함께 살폈는가?
- 말, 그림, 가리키기, 글이나 표시로 생각을 나타냈는가?
- 다른 참여자의 이야기를 보고 반응했는가?
-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하거나 제시된 지원을 골랐는가?
- 자기 선택이 반영된 결과물을 완성했는가?
- 다시 참여하고 싶은지 자기 방식으로 나타냈는가?
이 기록은 읽기 검사 점수를 대신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실제로 목표로 삼은 참여와 표현을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자료다. 장기 프로그램이라면 여기에 낱말 인식, 읽기 유창성이나 이해처럼 목표에 맞는 평가를 추가할 수 있다.
성인 발달장애인 독서 프로그램 점검표
- 프로그램이 읽기 학습, 공동 읽기, 자기표현 중 무엇을 우선 목표로 하는지 분명한가?
- 짧은 프로그램에서 읽기 능력 향상을 과장해 약속하지 않는가?
- 문자 해독을 참여의 입장권으로 요구하지 않는가?
- 말하기 외에 가리키기, 그림, 표시와 글 같은 표현 방법을 열어 두었는가?
- 그림의 의미를 제작자나 진행자가 자동으로 가정하지 않는가?
- 소재와 말투가 성인 참여자의 관심과 지위를 존중하는가?
- 참여자가 책, 장면, 표현 방법과 도움을 선택할 수 있는가?
- 읽기 점수와 참여·표현의 성과를 구분해 기록하는가?
성인에게 맞는 자료의 말투와 디자인은 성인 지적장애인 학습자료를 유아적으로 만들지 않는 기준에서, 독서 접근과 문해력 지원의 차이는 지적장애인 독서권과 문해력 지원에서 이어서 볼 수 있다. 쉬운 정보가 이해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지적장애인 쉬운 정보와 읽기이해에서 설명한다.
결론
성인 발달장애인 독서 프로그램은 글을 유창하게 읽는 사람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어야 한다. 성인의 읽기 학습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짧은 활동에서는 그림을 살피고 이야기를 고르고 자기 경험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읽는 참여 자체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읽기 능력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향상을 약속하는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시간과 참여자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고, 문자 외의 참여 경로를 열며, 실제로 일어난 선택과 표현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이다.